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 시원하고 달콤함 아이스크림 하나 까먹고 싶은데, 칼로리나 당이 걱정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요즘엔 ‘제로’, ‘저당’, ‘당류 0g’ 같은 문구가 붙은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에겐 이게 더 좋은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이 아이스크림들은 ‘건강한 간식’일까?
직접 라벨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은 줄였지만 칼로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고, 설탕을 줄인 대신 감미료를 잔뜩 넣은 제품도 적지 않다. 이런 건 라벨에 나오는 원재료명과 영양성분만 살펴봐도 금방 알 수 있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제품 뒷면 구석에 박혀있는 라벨을 하나하나 읽고 비교해 가며 아이스크림 고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라벨만 파는 '심플리 라벨'에서 여름을 맞아 30여 종의 저당·제로 아이스크림의 라벨을 비교해 봤다. 줄어든 건 ‘설탕’뿐인지, 아니면 진짜 건강한 선택이 맞는지, 함께 확인해 보자.
'저당'이라도 칼로리는 높네?
‘제로’라는 이름이 붙었는데도 100kcal가 훌쩍 넘어가는 제품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대표적으로 롯데 ‘롯데 ZERO 티라미수콘(196kcal)’, ‘라라스윗 저당콘(245kcal)’, ‘해태 부라보콘 라이트(205kcal)’ 같은 제품들이 그렇다. 제품명에 당당하게 ‘ZERO’, '저당', '라이트'를 달고 있어 칼로리도 낮을 것 같지만, 일반 아이스크림 못지않다. 당을 감미료로 바꿨을 뿐, 지방이나 전체 탄수화물 함량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 함량이 높은 유제품, 크림, 초콜릿이 들어간 경우다. 당류는 줄였더라도 크림류나 버터, 견과류, 오일 등 지방 성분이 많이 들어가면 열량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지방은 1g당 9kcal로, 당보다 열량 밀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단맛을 줄였다고 해서 칼로리가 줄지는 않는다. 또한 일부 제품은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식이섬유나 전분, 밀가루 등을 함께 사용하는데, 이 역시 총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모나카나 콘 형태의 제품은 겉 부분 과자에 포함된 전분류가 칼로리에 큰 영향을 준다.
'제로'라고 하면 왠지 칼로리까지 '제로'인가 싶지만, 당류 기준일 뿐 전체 열량이나 탄수화물까지 제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고 먹자. 그리고 당 함량을 체크할 때는 지방, 탄수화물까지 함께 확인해야 진짜 ‘가벼운 간식’을 고를 수 있다.
감미료는 ‘설탕 대체제’ 일뿐, ‘무해한 성분’은 아니다
제로 또는 저당 아이스크림들의 공통점은 설탕 대신 감미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말티톨, 에리스리톨, 알룰로스,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같은 성분들이 쓰이는데, 이들은 단맛을 내면서도 혈당 반응이 낮거나 칼로리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연 유래’, ‘칼로리 없음’ 같은 수식어만 보고 무조건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성분들도 많고, 다량 섭취 시 복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성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말티톨은 설탕보다 혈당지수(GI)는 낮지만 혈당을 실제로 올리는 감미료로 알려져 있다. 성분표에 ‘당류 0g’이라 적혀 있어도, 말티톨은 총탄수화물에 포함되며, 혈당이나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당뇨 환자나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 중인 사람이라면 ‘말티톨’ 표기를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알룰로스는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는 감미료로 평가되지만, 하루 섭취량이 체중 1kg당 0.9g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중 60kg인 성인의 경우 하루 54g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이를 초과하면 복부 팽만감, 설사 같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에리스리톨도 과다 섭취 시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나 성인이라도 장이 민감하다면 적은 양에도 반응할 수 있어, 모든 저당 제품을 먹을 때는 감미료 함량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저당’ 아이스크림의 역습
‘저당’이라는 말에 혹해서 무조건 건강할 거라는 생각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실제로 몸에 해로운 성분을 포함하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분표를 보면, 일부 제품에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B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색소나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을 생각해 고른 아이스크림이 오히려 불필요한 유해 성분을 섭취하게 하는 아이러니다.
예를 들어, '펄세스 제로윗 미니컵 초코'와 '펄세스 제로윗 당제로바 바닐라'에는 카라멜 색소(Class IV)가 들었다. 이 색소는 IARC에서 인체 발암 가능성 2B 등급으로 지정한 4-MEI(4-메틸이미다졸)가 포함될 수 있어 과잉 섭취를 피해야 하는 성분이다. 주로 제품의 색을 진하게 내기 위해 쓰이는 성분이라, 초코나 커피맛 아이스크림 같이 진한 색의 제품을 고를 때는 꼭 성분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롯데 돼지바 저당’ 역시 카라멜 색소를 포함한 제품이다. 특히 이들 색소는 어린이의 행동이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소아, 고령자나 임산부 등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칼로리·당류 둘 다 낮아야 진짜 '제로'지
모든 제품이 눈속임을 하는 건 아니다. '빙그레 생귤탱귤 제로’, '롯데 수박바 0kcal’, '롯데 조스바 0kcal’, '해태 탱크보이 베 제로’ 같은 제품들은 칼로리도 0kcal, 당류도 0g인 진짜 제로 제품들이다. 주로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수크랄로스 등의 감미료가 사용되며,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거나 칼로리 기여가 없는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 0칼로리라고 한 번에 여러 개를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감미료는 절대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복통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선택 기준은 결국 '라벨'
건강을 위해 저당 아이스크림을 고른다면, 라벨을 꼼꼼히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제품 이름에 ‘제로’, ‘저당’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아래 기준만 기억해도,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 총 당류, 총 탄수화물, 총 칼로리 모두 함께 확인하기
- 감미료 종류와 함량 따져보기 (말티톨,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등)
- 성분표 하단의 기타 첨가물도 꼭 확인하기 (색소, 착향료 등)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WHO IARC Monographs(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등급 자료), USDA